오승욱 감독의 신작 영화 <리볼버>는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뤄졌던 전형적인 누아르 장르와는 다른 시도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관객과 평론가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줄거리
영화 <리볼버>는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을 중심으로 한 복수극입니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며 평범한 삶을 살던 하수영은 연인이자 상관인 임석용(이정재)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그가 몰래 관리하던 마약 밀수 조직이 검거되었고, 하수영의 이름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검찰에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현금 7억 원과 아파트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하수영은 결국 이를 수락하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2년 후, 출소한 하수영은 교도소 앞에서 처음 보는 여성 정윤선(임지연)을 마주하게 됩니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하수영은 과거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찾아가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임석용의 부사수였던 신동호(김준한)와 자신이 관리하던 조폭 조 사장(정만식)을 만나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며, 자신에게 약속된 보상을 반드시 되찾기로 결심합니다.
하수영의 목표는 자신을 속이고 약속을 어긴 앤디(지창욱)와 그의 배후에 있는 강력한 인물 그레이스(전혜진)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앤디는 하수영이 수감된 사이 변심했고, 그레이스는 앤디의 행동을 묵인하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려 합니다. 하수영은 이들과 대립하며 자신에게 약속된 돈과 아파트를 되찾으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됩니다.
영화는 주먹싸움이나 총격전 대신 인물들 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수영은 폭력보다는 대화와 심리전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은 화종사라는 절에서 결말을 맞이하게 되며, 각 인물의 욕망과 선택이 어떻게 업보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객은 감독의 의도가 궁금하다
<리볼버>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오승욱 감독은 그 궤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합니다. 영화는 자극적인 액션 장면이나 빠른 전개 대신, 차분한 서사 전개와 대사 중심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누아르 장르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이러한 시도는 일견 참신해 보이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는 그 결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영화의 전개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는 많은 암시와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화종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각 인물들의 업보와 욕망이 엉켜 벌어지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 전개가 모든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가 불명확하고,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은 영화의 중심축을 이끌며, 그녀의 절제된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의 플롯은 느리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영화의 서사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채 중반부부터 힘을 잃어가는 모습은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임지연이 연기한 정윤선은 하수영의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그녀의 캐릭터는 영화의 복잡한 줄거리 속에서 다소 애매모호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정윤선이 하수영을 돕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그녀의 행동 동기가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은 이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지창욱이 연기한 앤디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캐릭터 역시 전형적인 빌런의 모습을 넘어서지 못하고 다소 단조롭게 그려진 점이 아쉽습니다.
매력 잃은, 아쉬운 전개
<리볼버>는 전도연을 비롯해 많은 주목받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흥행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장르의 관습을 깨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관객이 기대했던 전통적인 누아르의 매력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주제나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점, 그리고 느린 전개로 인해 관객들의 관심을 유지하지 못한 점은 이 영화가 겪은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리볼버>는 도전적인 시도를 했지만,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완성되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오승욱 감독의 전작인 <무뢰한>과 비교했을 때, <리볼버>는 명확한 메시지 전달과 긴장감 유지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전도연의 연기는 여전히 빛났지만, 영화 전체의 완성도는 그녀의 연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리볼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리볼버>는 관객들에게 도전적인 작품으로 각인되고 싶었겠지만, 그 도전이 꼭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향후 오승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증을 남기며, 그의 다음 작품에서는 이와 같은 아쉬움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봅니다.